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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할 경우 이행불능 이유로 한 계약 해제 가능 여부(부산고등법원 2019나500**판결)

권형필 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칼럼 /권형필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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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는 자는 토지 사용권을 확보하여야 하고, 통상 조합의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여 그 분담금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은 후에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조합 설립 전에 이루어지는 조합설립 추진업무가 사업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토지 사용권원 확보 현황 내지 토지계약률은 사업 추진이나 조합원 모집에 있어 제일 중요한 사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사업부지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업진행 자체가 어렵게 되고, 조합은 계약에 따른 원활한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이행불능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합원은 이에 대해 계약해제 통고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분납한 분담금 역시 반환받을 수 있다.
법원판단
1) 채무의 이행이 불능이라는 것은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이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2850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75321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갑 제9, 10, 12, 14, 15호증, 을 제9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해운대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에 따라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 이 사건 사업부지 내에서 이 사건 지역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여 전체 지주 70% 이상 계약서 작성시 계약금을 지급하고 사업승인신청시 잔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어 원고로서는 피고들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는 자는 해당 주택건설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여야 하고(주택법 제11조 제2항),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려면 주택건설대지의 95% 이상의 소유권을 확보하여야 하며(주택법 제15조, 주택법 시행령 제16조 제2항 제2호 단서), 지역주택조합은 통상 조합의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후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조합 설립 전에 이루어지는 조합설립 추진업무가 매우 중요하고 그 진행과정에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주택조합의 토지 사용권원 확보현황 내지 토지계약률은 사업의 추진이나 조합원의 모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② 피고 추진위원회는 부산 해운대구 I 일대에 약 630세대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건축하여 조합원들에게 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할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구성된 단체이다. 이 사건 약정 또한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한 사업부지 전체 토지를 매입하여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되었다. 이 사건 약정에 따르면 이 사건 사업부지는 부산 해운대구 E 일원이며 사업부지 전체 필지는 토지 조서를 참조한다고 기재되어 있다(이 사건 약정 제2조).
③ 피고들은 2018. 12. 기준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 부지 중 27,426.06㎡ 상당(73.5%)의 부동산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들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내지 잔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들은 사업부지 내 부동산을 지번과 지목, 소유자로 특정하여 이 사건 사업부지 면적을 37,317.75㎡로 특정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지불분 비율과 계약 여부를 기재한 후 2018. 12.말 기준 계약금 내지 잔금이 지급된 토지 면적은 27,426.08㎡이고, 소유권 확보율을 73.5%로 산정한 토지조서(을 제8호증)을 작성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이 작성한 토지조서는 해당 부동산의 계약일자와 지급기일 등 계약의 중요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대금을 지불하였다고 기재한 부동산에 대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거나, 피고들이 매매대금을 100% 지불하였다고 기재한 부산 해운대구 J, K, L, M, N, O(면적 합계 1122.33㎡)에 관하여 피고 추진위원회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지 않았다. 위 토지조서의 계약금 및 잔금 지불비율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피고들은 이 사건 약정을 포함하여 이 사건 사업부지 내 지주들과 체결한 매매계약 약정서(을 제12호증의 1 내지 115)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매매계약 약정서를 작성하였다는 것만으로 피고들이 토지소유자들로부터 그 토지의 사용권한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은 계약금 수령시 건축 인허가에 필요한 제반서류를 피고들에게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이 사건 약정을 비롯한 상당수의 매매계약 약정서는 계약금의 지급시기를 “전체 지주 70% 이상 계약서 작성시”로, 잔금의 지급시기를 “사업승인신청시”로 특정한 반면 피고들은 이 사건 사업부지 내 부동산 소유자 중 상당수와 매매계약약정서를 작성하며 계약금 및 잔금 지급일을 확정기일로 특정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토지조서의 기재만으로 피고들이 위 각 지급기일에 계약금 및 잔금을 지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위 각 지급기일에 계약금 및 잔금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들은 각 지급일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피고들이 사업부지 내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들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토지소유자들에게 약정에 따라 계약금을 지급하여 토지사용권원을 취득하였다거나 현재까지 위 매매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되지 아니한 채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은 부산 해운대구 E 일원을 대상으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여 공동주택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해당 부지의 확보가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피고들은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유자들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아래 표 순번 1 내지 3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추진위원회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사업부지 중 위 부동산 외에 피고들 소유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은 AT 주식회사에게 아래 표 순번 1, 2 기재 부동산을 신탁한 후 금융기관에 위 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하였는데, 이후 순번 1 기재 부동산의 담보대출 원리금 73억 원, 순번 2 기재 부동산의 담보대출 원리금 2,160,000,000원을 변제하지 못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공매절차를 통해 순번 1 기재 부동산은 주식회사 AU에게, 순번 2 기재 부동산은 주식회사 AV에게 매각되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한편 아래 표 순번 3 기재 피고 추진위원회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 AW (청구금액 107,000,000원)의 가압류 등 13건의 가압류등기가 마쳐졌다. 위 채권자들의 가압류등기 청구금액 합계액은 2,348,000,000원이고, 채권자 AX은 부상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가단214137 기타(금전) 사건의 집행력 있는 판결 정본에 기하여 청구금액을 109,691,478원으로 하여 아래 표 순번 3 기재 피고 추진위원회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AY로 부동산 강제경매 신청을 하였고, 2019. 10. 18. 부동산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 중이다.
피고들이 작성한 토지조서 기재 부동산 중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제 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 3050.4㎡(순번 1 기재 토지 1537㎡ + 순번 2 기재 토지 1513.4㎡)는 이 사건 사업부지의 약 8.17%(3050.4/37,317.75)이고, 경매가 진행 중인 부동산을 더하면 3,926.63㎡(순번 1 기재 토지 1537㎡ + 순번 2 기재 토지 1513.4㎡ + 순번 3 기재 토지876.23㎡)로 10.52%(=3,923.63/37,317.75)에 달한다. 피고들의 계약서 작성률이 피고들이 주장하는 대로 2018. 12. 기준 73.5%라고 하더라도 그 후 소유권을 상실한 8.17% 토지를 제외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65.3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공매 및 경매를 중지 내지 취하시키지 못한 점, 위 ③항의 각주 기재 매매계약의 잔금지급기일이 상당기간 경과하였음에도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잔금지급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피고들은 피고 추진위원회가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점, 현재 피고들이 소유권을 취득한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토지는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통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사업을 계속 추진하여 이 사건 약정상 계약금 채무의 정지조건인 70% 이상 계약서 작성,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요건인 80% 이상 토지의 사용권원 확보, 주택건설사업승인요건인 이 사건 사업부지 중 95% 이상에 대한 소유권취득에 이를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⑥ 피고 추진위원회는 2017. 9. 20. 창립총회를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였다.
⑦ 피고 추진위원회는 피고들이 설립하려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으로 신축될 아파트를 분양하기로 하는 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창립총회로부터 1년 이내 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할 경우 납부한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용을 포함한 금액을 모두 반환할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하였다.
피고 추진위원회와 조합원 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았던 AX은 피고 추진위원회가 창립총회로부터 1년 이내 설립이나 신청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안심보장증서에 따른 부담금 반환과 가입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피고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가단215137호로 분담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9. 10. 10. 조합가입계약자들은 안심보장증서에 정한 조건이 성취되면 자신들이 납부한 금원을 반환받고 피고 추진위원회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 추진위원회는 분담금 상당을 지급하고 조합원가입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 추진위원회가 항소하여 부산지방법원 2019나31717호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EV, EW, EX, EY 역시 같은 이유로 피고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가합107854호로 분담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9. 11. 13. 피고 추진위원회는 분담금 상당을 지급하고 조합원가입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이 사건 약정은 피고들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되었고, 원고의 해제의 의사표시가 담긴 2019. 9. 11.자 부대항소장 부본이 2019. 9. 16. 피고들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되었음은 이 법원에 현저하거나 기록상 분명하다.
이 사건 약정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들이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는 이를 확인할 이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