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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무국적 탈북소녀’ 한국국적 취득 무료 대리

법률신문 /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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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물망초' 이사 구충서 변호사


"열 여섯살 탈북 소녀 은주가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은주가 왜 대한민국 국적자인지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탈북청소년을 돕는 사단법인 물망초의 이사인 구충서(63·사법연수원 7기) 제이앤씨 대표변호사는 '무국적자 탈북소녀' 은주(가명·16)의 국적판정신청 과정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구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은주의 국적판정신청을 무료로 대리해 지난달 30일 법무부로부터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이끌어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외할머니 박현순(가명·71)씨와 함께 살고 있는 은주는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 중국으로 탈북한 박씨는 2년 먼저 탈북해 중국에 정착한 큰딸인 은주 엄마 A씨와 함께 중국에 살았습니다. 은주 엄마는 2006년 홀로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행방불명됐고 이듬해 아빠마저 사고로 숨졌습니다. 2012년 박씨는 은주를 이웃집에 맡긴 채 한국에 들어왔고 2년뒤 브로커를 통해 은주를 데려왔어요."
부모의 사망·행불로 인해
탈북 자녀 근거자료 없어
외조모 유전자 검사로 입증

그러나 은주가 한국 국적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법무부에 국적판정신청을 냈지만 부모없이 한국에 온 은주가 북한이탈주민의 자녀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 등 근거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주는 탈북자도, 중국인도 아닌 무국적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지도, 아파도 병원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은주의 국적판정신청을 무료로 대리했습니다."
무국적자인 은주의 신분을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선 은주와 외할머니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은주가 외할머니 박씨의 딸이 낳은 아이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이고 국적법은 '부모양계혈통주의'를 따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헌법상 영토규정을 통해 북한국적자도 한국국적자로 볼 수 있으므로 은주 엄마를 한국국적자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또 국적법은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녀는 출생에 의해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갖는 '부모양계혈통주의'를 택하기 때문에 은주는 엄마의 한국국적을 따른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은주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정했다. 국적판정신청을 낸지 11개월만이다. "은주는 이제 떳떳한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또래 여학생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8일에는 정식으로 주민등록번호도 받았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와 해맑게 웃던 은주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