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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정신 부합하는 결정 항상 고려…행정에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

법률신문 /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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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법제처장은 누구
인천 출신인 이완규(62·사법연수원 23기·사진) 법제처장은 인천 송도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제천지청장, 대검 형사1과장,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서울북부지검 차장, 부천지청장 등을 거쳤다. 2001년 대검 중수부 산하에 구성된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2003년 대검 검찰연구관 시절 대법원에 설치된 사법개혁위 전문위원을 맡았다. 2005년 2월부터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찰 실무자로서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조문화 작업에 참여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정통해 재직 시절 검찰 안팎에서 최고의 이론가로 꼽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해 이목을 끌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됐을 때 “직을 걸고 반대해야 한다”며 사표를 냈다가 반려됐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5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발탁되자 검찰 인사의 절차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직하고 법무법인 동인에 합류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로부터 감찰과 징계를 당하자 징계처분취소청구소송 대리인 등을 맡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맡았다. 지난해 5월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24일부터 행정기본법 3대 국민 권리구제 제도가 시행된다. 이완규(사진) 법제처장은 15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정기본법의 의의, 권리구제 제도의 장점과 보완 필요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법제처장은 ‘헌법에 충실했던, 헌법 이념을 법령에 현실화 하기 위해 노력했던 법제처장’으로 기록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1문 1답.

Q.행정기본법과 3대 권리구제제도 시행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A.
행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행정의 원칙과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됐다. 행정의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고 실질적 법치주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24일부터는 권리구제 기회가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개별법에 직접적인 규정이 있어야 행정처분에 대해 제척기간이 적용되거나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의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넘어 오히려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는 개별법에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국민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행정청은 권한행사기간이 제한된다. 특히 민형사 재판에 재심제도가 있듯이 국민들이 행정청 처분에 대해서도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부여된다.
2월 말에 모든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실무 안내 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집행 실태조사 등을 통해 보완할 부분을 꾸준히 파악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행정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의신청의 경우 행정청이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할 때,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행정이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다. 행정 관련 권리구제 원칙과 절차가 통일되면 적법절차와 실질적 법치주의가 강화된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오래 전 법 위반행위로 영업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당한 처분에 억울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줄게 되고, 행정청도 스스로 행정의 원칙과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행정기본법 제정 당시 반영되지 못했던 사항들이 있다. 처분의 취소 또는 철회에 따른 손실보상 및 영업자지위승계 제도를 도입하고, 과징금 체납 가산금 상한에 대한 일반규정을 마련한다. 국민 권익보호와 편의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 행정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
Q. 법제처의 역할을 설명해 달라
A. 법제처는 우리나라 법제를 총괄한다.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법령심사·해석·정비 등 모든 법제처 업무에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결정이 무엇인지 항상 고려하고 있다.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Q. 법제처의 법령해석 결과가 논란을 낳거나 정치쟁점화 되는 경우가 있다
A.
우리 사회는 법 해석을 문제 해결의 최종적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법의 의미를 찾고 규정의 의미를 밝히는 법령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 생각한다. 법제처의 정부 유권 법령해석에 대한 평가가 다양할 수 있다. 기존 법령이나 정책 수단이 적절했는지를 재고해 입법적 해결 노력이 촉발되는 등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때문에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법 규정에 기초해,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란에 흔들리거나 특정 입장에 경도 되지 않고, 보편타당한 법령해석을 해야 한다.
Q. 올해 역점 업무는 무엇인가
A.
사회적 약자, 자치입법권 강화, 한류 기업 지원이다. 청년 세대의 구직활동, 조손가정과 외국인 한부모가정 지원, 장애인 편의 등을 확대하기 위한 법령을 정비·지원 중이다.
지자체 자치권 강화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하지만 조례에 법령상 근거 없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들이 발견된다. 특히 건축·주택·환경·지역경제와 밀접한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발굴해 조례 정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대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야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지자체가 실정에 맞는 조례를 스스로 정비할 수 있도록 상위법령을 정비해 조례의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7개 광역 지자체 소관 조례 1만3044개를 전수조사한다. 내년 이후에는 226개 기초지자체 조례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전 세계에서 K-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 수출 기업과 현지진출 기업을 상대로 해외법령 정보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예를들어 독일 방송법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를 금지한다. 벨기에 게임법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해 금지한다. 문체부와 협업해 세계 콘텐츠 시장의 법·제도 정보를 우리 기업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Q. 특히 주목 하는 법령이 있는가
A.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된다. 같은날 재외동포 정책·지원 전담기구인 재외동포청이 신설된다. 관계부처가 하부조직과 인력을 세부적으로 설계하는 법령을 준비 중이다. 두 부처가 출범과 동시에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우주항공청 개청이 올해를 목표로 추진 되고 있다. 관련 법률안을 신속히 심사해 내달 중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국내외 우수 인재가 우주항공청에 임용되려면 실험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조직·인사 특례 규정이 필요하다. 임기제 공무원의 보수 기준을 예산 범위 내에서 다르게 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
강한·박선정 기자 strong·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