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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당시 분양 계약서에 동호수 변경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11. 26. 선고 2018가단1299** 판결)

권형필 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칼럼 /권형필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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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해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에는 다른 재건축 조합이나 재개발 조합과는 달리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그 조합원과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하는바, 문제는 이렇게 모집된 조합원들이 조합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계약의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계약을 체결한 이상, 기망 등을 주장하며 계약을 취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원고는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으로,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원고가 원하는 동호수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것처럼 안내받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공사 시작은 커녕 토지 확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조합 가입계약서에 ‘동호수 등이 변경될 수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서 하단에 “관련된 내용 설명을 충분히 들었음”이라는 문구 옆에 원고가 체크 표시를 한 점 등을 이유로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이는 모든 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이지만, 특히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에는 작은 글씨도 놓치지 말고 꼼꼼하게 계약 내용을 확인한 후에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원고의 주장
피고는 지역주택조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승인 이전에는 동, 호수를 정할 수 없음에도 마치 조합가입계약 단계에서 원하는 동, 호수를 배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등 원고를 기망하여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조합원분담금을 수령하였는데, 이는 사기에 의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민법 제110조에 의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한다.
법원판단
(1) 사기에 의한 취소에 관하여
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의 동·호수를 계약서 등에 명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주택법령에 의하면 피고와 같은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각 조합원의 동·호수가 확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서 중 사업규모 기재 아래에는 ‘※ 사업규모는 사업진행 및 인·허가 과정 또는 측량결과에 따라 다소 변동될 수 있음’이라 기재되어 있고, 제1조 [목적] (1)항은 ‘본 가입계약은 (가칭)B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및 비 주거시설 건립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주택법 제11조, 동법 시행령 제20조 및 동법 시행규칙 7조에 규정한 지역주택조합을 사업주체로 하기 위하여 을은 주택조합원 자격자로서 사업승인의 미확정 상태에서 조합을 결성하고자 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며, ...’라 기재되어 있으며, 위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에도 ‘향후 인·허가 과정 및 측량결과에 따라 부지규모 및 세대수 증·감 또는 연면적이 변동되는 것과 관련하여 동·호수가 다소 변경되더라도 일체의 이의가 없으며 이에 동의합니다.’라고 기재된 사실, 원고는 ‘본인은 2018년 8월 3일 피고의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청약계좌로 입금한 금 오천만 원(₩50,000,000)을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조합원분담금 및 업무대행비로 하여 각 신탁계좌로 이체/이행함에 동의하며, 조합가입계약상 본인이 지정한 (E)동 (2)층 (F)호는 설계변경 등 사유로 유사물건으로 재배정될 수 있으며, 동·호수별 차등분담금은 향후 조합총회(또는 이사회) 의결에 따라 확정됨에 동의하고 그 내용을 준수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된 확약서에 직접 자필 기재하고 서명, 날인한 사실, 또한 원고는 고객 확인서의 ‘B지역주택조합사업 상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인지함’이라는 내용에 대해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확인란에 ‘√’ 표시를 하였고, 조합규약과 본 조합가입계약서의 전체 내용과 관련된 법령을 이해하였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고, 관련 법령과 통상적인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사례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동·호수 지정 의미를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배분이 나중에 확정되지만 사업추진단계에서도 건축할 수 있는 세대수, 건축계획 등이 대략적으로 정해지므로 조합원들 간에 동·호수를 배분하기 위해 조합원 가입 시 동·호수를 지정할 필요성도 있고, 이는 조합원 분담금액과도 연계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변경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조합원들(또는 가입희망자)이 동·호수를 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그 자체로 기망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