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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화해 중요성을 일깨우는 호텔 명도 스토리

최광석 변호사의 부동산칼럼 /최광석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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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소재하는 모 호텔 주점에 대한 명도스토리를 소개한다.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호텔이 매각되면서 매각 직후 호텔 내 기존 주점에 대해 명도작업이 진행되었다. 호텔 매매가격이 수천억이다 보니 매수인의 명도요구는 매우 적극적이고 거칠 수 밖에 없었다.
필자는 명도대상 주점운영자의 의뢰를 받아 합법적 범위에서 최대한 명도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자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호텔 전 소유자와 의뢰인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서에는 명도에 관해 매우 불리하게 약정되어 있었고, 계약서를 바탕으로 명도 제소전화해조서까지 만들어져 있어 기본적으로는 의뢰인이 불리한 처지였다.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와 화해조서의 전체적인 취지로 볼 때, 재건축이나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임대차계약했고, ‘재건축되거나 매각되면 바로 명도한다’는 취지가 분명히 기재되어 있었다. 호텔 매수인 역시 재건축을 위해 명도를 요구하고 있어 전체적인 취지로는 의뢰인의 명도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승계집행문을 통해 명도집행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 제소전화해조서에 큰 문제점이 있었다.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매각되면 명도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화해조서로 작성하면서 “집행력”있는 문구로 변환해야 명도집행이 가능한데, 제대로 변환되지 못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즉, 임대차계약서 취지를 잘 반영하면, ‘피신청인이 매각통지를 받은 3개월 시점에 명도한다’는 식으로 화해문구가 기재되어야만, 집행력을 얻어 명도집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7-가.항은 “--영업허가증을 --반납하고 폐업신고한다”는 것이고, 제7-나.항은 “ --명도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는 문구에 불과하여, 명도집행에 관한 근거가 될 수 없었다(집행문구로 작성된 화해조서 제1항은 임대차기간만료에 따른 명도에 불과). 제소전화해절차를 진행한 법률사무소의 실수인 듯하다. 대부분의 제소전화해는 “명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특히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내용에도 노후된 호텔의 재건축이나 매각시 즉시 명도를 역점으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법률사무소로서는 화해조서를 통해 의뢰인 의도대로 집행가능하도록 임대차계약서 내용을 집행가능 문구로 적절히 변환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없이 임대차계약서 내용을 그대로 신청서에 옮기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덕분에(?) 화해조서 승계집행문을 통한 명도가 불가능했다.
이런 자문을 받은 의뢰인은 크게 기뻐했다. 향후, 재판결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수천억 원을 들여 매수한 상대방 입장에서는 명도가 몇 개월간이라도 지체되면 의뢰인에게 상당한 합의금(명도비)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밑에서는 명도합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상대방은 의뢰인을 상대로 명도단행가처분신청을 제기해왔다.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집행이 불가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치열한 공방이 있었지만 결국 의뢰인이 아쉽게 패소했다. 하지만, 단행가처분결정을 얻기 위해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어, 상대방으로서는 엄청난 자금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재판과정에서도 명도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로간의 금액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결국, 단행가처분에 기한 집행을 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치열했던 단행가처분재판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된 터라 상대방은 신속한 집행절차를 진행해왔다. 다른 대안이 없어보이던 중, 집행예정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견되었다. 단행가처분결정에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실제 점유부분 중 일부분이 누락된 채 단행가처분결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임대차계약서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공간을 임대차면적에서 제외하게 되었고, 줄어든 면적을 바탕으로 한 도면을 기반으로 제소전화해했고 단행가처분까지 진행되었지만, 실제로 의뢰인이 사용한 면적은 당초 면적 그대로였다. 그 때문에, 단행가처분에서의 명도대상 도면은 실제 사용하는 면적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집행관사무실에 단행가처분결정 도면에 누락된 공간에 대한 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미리 제출했다.
상대방은 집행당일에서야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몇 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이제 드디어 명도집행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지만, 단행가처분에서 명도를 명한 공간이 아니다보니 결국 문제된 일부 공간에 대한 집행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누락된 공간에 대한 집행을 위해서는 다시 명도단행가처분절차가 필요할 수 밖에 없어, 명도합의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만들 수 있었다. 자칫 간과될 수 있는 제소전화해절차와 집행절차가 실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