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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능력 개선 가능성 안 따진 '저성과자 해고'는 부당"

연합뉴스 /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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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저성과'만으론 해고 불가...구체적 사정 따져야"
대법원
[연합뉴스TV 제공]
대기발령 된 저성과자를 일정 기간 후 자동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이 있더라도 개선 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무턱대고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해고 노동자 A씨가 조선업체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18년 동안 B사에서 일한 A씨는 2015년 인사고과평가에서 관리직 최하위 등급을 받고 대기 발령됐다.
B사에는 '대기 발령자 근무수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대기발령 직원에게 매월 수행 과제를 부여한 뒤 S등급, A등급, B등급 등 5단계 등급 평가를 하고,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대기발령을 끝낸다는 내용이다.
사측은 A씨가 대기발령 후 3개월 연속으로 낮은 등급을 받자 해고했다. 취업규칙에 있는 "보직자로서 무보직 처분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해고한다"는 규정이 근거였다. A씨는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했다며 대기발령과 해고 처분 모두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사측의 손을 들었다. B사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인사 규정에 나온 대로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대기발령까지는 적법하지만 해고는 위법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상 해고 사유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때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근무 성적·능력이 다른 근로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최소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향후 개선 가능성도 없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 해당 노동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 ▲ 근무 성적·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 근무 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 부여 ▲ 노동자의 태도와 사업장의 여건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2심이 이 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따지지 않고 취업규칙만을 근거로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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