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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80년 한결같이》자서전 출간한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법률신문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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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로부터 평가받고자 하는 마음 앞서”
"내면의 자기 자신에게 80년을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기로부터 평가받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 결과물이 '80년 한결같이'입니다."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난 이진강(79·사법시험 5회)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80여 년의 인생, 50여 년의 법조인 생활을 회고하는 그의 표정은 온화하고 담담했지만,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마치 어제 일을 얘기하듯 생생하게 말을 이어가고는 했다.
법조계 원로로 꼽히는 이 전 협회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자서전 '80년 한결같이: 순수와 용기, 예의염치를 실천하다(나남 펴냄)'를 발간했다. 책은 그가 54년 전 아내에게 처음으로 받은 작은 카드에 대한 사진으로 시작된다. 이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검사, 대한변호사협회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등 법조와 공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이 전 협회장의 삶의 궤적을 옛 사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위원장, 고려중앙학원 이사, 호암상 심사위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한 때의 기억도 적혀있다.
자서전을 펴낸 이유에 대해 이 전 협회장은 "자손들과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생각으로 자서전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나간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당초 생각과 달리 내면의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하며 나의 가면을 벗겨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80년 인생을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갔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내면의 내가 대화를 나눈 내용이라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약 3년간의 집필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떠올린 시간에 관해 물었더니 "태어난 후 첫 기억에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의미 있다는 생각으로 서술했다. 오늘, 현재,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마냥 행복했던 순간보다 어려웠던 시간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됐다. (1970년대) 초임 검사로 일했을 때,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격동의 80년대를 거쳤을 때가 생각난다. 과로로 건강이 안 좋아져 5년 동안 병과 동행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때 인생의 참다움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협회장은 법조인으로 흔치 않게 검사, 변호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등 법조의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검찰, 변호사 경험이 23년, 28년이고 법원은 사법정책자문위원회와 양형위원회를 합해 3년 정도 경험했다. 여러 분야를 거치며 법조 3륜의 기본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결국 판사는 '공정', 검사는 '막강한 권한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변호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조인으로서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해 회고하며 "검사 생활 23년간 수사만 한 것이 아니라 보호관찰제도의 도입, 치료감호소 신설 등 형사 정책에 관한 일을 했다. 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민사법의 정비를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회 임원으로서는 공적 업무에 종사하며 변호사의 사명인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소년소녀가장 돕기 운동, 브런치시민법률학교 운영 등 성과를 내고 자부심을 느꼈다. 또 국선변호사로 2년간 봉사한 일 등이 인상에 남는다"라고 했다.

이 전 협회장은 마지막으로 독자에 대한 당부를 남기며 "이 자서전이 출간되고 난 후 독자의 입장에서 3~4차례 거듭 읽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했는지에 관해 100점은 안 되어도 70점은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30점은 여생을 살며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획득해 볼까 한다"고 했다.
그의 아들인 이문한(51·사법연수원 27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아버지와 저는 합해서 검찰에 총 50년을 재직했다"며 "많은 검찰 후배들에게 검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한번 정도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 자서전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홍수정 기자 soojung@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