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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 모아 조직운영에 쓴 무료급식단체…대법 "무죄"

연합뉴스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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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자격·권리 분명하면 기부금 아냐"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체 규정에 회원의 권한이 분명하다면 후원회원이 낸 돈은 '기부금'이 아니라 '회비'이고 기부금품법의 제약 없이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단법인 A 연맹과 대표 B(63)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연맹은 봉사 활성화와 빈곤층 무료급식 등을 목적으로 2013년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설립 후엔 기부금품법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고 기부금을 모아왔다.
이 단체는 2019년 기소됐다. 기부금품법은 모금·관리·운영·결과보고 등을 목적으로 단체가 쓸 수 있는 '모집비용'을 전체 모금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는데, A 연맹이 홍보비나 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이 비율을 넘었기 때문이다.
재원의 92%를 차지하는 20만명 규모의 회원을 '소속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소속원이 납부한 돈은 기부금품법 규정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2심은 A 연맹 회원을 소속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명칭은 '회원'이지만 이들이 매월 5천~1만원 이상 돈을 내는 것 말고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2심은 정회원·후원회원이 '소속원' 아닌 단순 '후원자'이므로 이들이 납부한 회비는 '기부금품'이라고 보고, 법에 어긋나게 기부금품을 쓴 A 연맹에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회원을 소속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1951년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금지법과 1995년 기부금품모집규제법, 1998년 위헌 결정 후 현재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이르기까지 기부금품 관련 법률의 변천을 짚었다.
'엄격한 금지'에서 '성숙한 기부 문화 조성과 적정한 사용'으로 규범 체계가 바뀐 만큼 적정한 사용이 가능한 단체라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회비가 기부금품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설립 목적과 운영 상황, 회원 가입 자격·절차, 회원의 권리·의무, 회비 납부·관리 방식 등을 구체적·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기준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A 연맹은 법인 정관에 정회원·후원회원의 지위와 의결권 등 권리를 명시했고 후원증과 회원증을 발급하며 회원들을 관리했다. 모은 돈은 무료급식소 사업장 확충·관리, 법인 운영비 등으로 썼다. 모금 과정이나 각종 보고, 공시, 회계감사 등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난 적도 없었다.
대법원은 A 연맹에 대해 "설립 목적과 회비·후원금의 관리·사용 현황 등을 종합해 보면 회비 등의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 또한 담보될 수 있는 경우"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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