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의 형평법에 기원을 둔 신탁은 가장 완성된 타인을 위한 재산관리제도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우리 사회의 부가 축적되고 장기간 관리되어야 할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신탁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신탁의 도산절연기능에 착안한 여러 유형의 신탁이 활용되고 있고 기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신탁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이미 신탁은 우리의 법질서 곳곳에 중요한 법제도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최근 신탁과 관련된 분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 담보신탁, 분양보증신탁 등에 관한 중요한 판결이 계속 판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신탁을 배우고 연구하고 싶은 학자와 실무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신탁을 연구함에 있어 여러 애로사항이 존재합니다. 특히 신탁은 영미법의 소산이므로 대륙법의 기초를 둔 사고로는 낮선 개념이 등장하는바 이를 체계적으로 일깨워 줄 주석서의 부재가 큰 애로사항으로 느껴져 왔습니다.
이에 대표적인 신탁법 전문가 여덟 분(노혁준, 오영걸, 이연갑, 이영경, 장명, 정순섭, 최수정, 한민)을 모시고 주석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꾸준하게 축적되어 온 신탁 관련 연구를 처음으로 집대성하였는바 한국 신탁법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본 주석서가 신탁의 미로에 선 실무가에게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바쁘신 가운데도 귀한 시간을 쪼개 집필해 주신 집필진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021년 6월 집필질을 대표하여 서울대 법전원 교수 이계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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