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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사재판의 궁극 목적은 ‘심판’ 보다 ‘치유와 회복’
출처 | 법률신문      등록일 | 2017.03.16

신임법원장에게 듣는다,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
가정 내 갈등과 폭력, 근원적 해소 방안 모색해야



"서울가정법원이 후견·복지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각 행정부처와의 협력 강화와 '성년후견지원센터' 설립 지원에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취임 한달째를 맞은 성백현(58·사법연수원 13기) 신임 서울가정법원장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정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수많은 사회적 분쟁의 근간에는 '해체된 가정'이 있다며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 학대사건 계속 증가…
즉시 지원할 창구 절실

성 원장은 지난해 2월 발생한 '원영이 사건'을 비롯해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 아동을 적시에 지원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학대아동의 치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타이밍에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피해 유형별로 소관부처가 전부 다르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교내 청소년은 교육부,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장애 아동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정법원을 '허브(Hub)' 로 삼고 통합적인 복지창구를 마련한다면 피해아동의 사회복귀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는 파탄가정의 최대 피해자도 '미성년 자녀들'이라고 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가사소송규칙과 입양특례법에 관한 규칙을 개정한 이유도 이러한 미성년 자녀들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양육비 지급사건의 관할을 '양육비 채무자의 소재지 가정법원'에서 '미성년 자녀 소재지의 가정법원'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양육권자가 양육비 채무자가 거주하는 제주까지 가서 양육비 지급을 청구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졌다. 또 입양가정의 평온을 위해 그동안 입양아동의 친생부모에게 입양부모의 개인정보가 담긴 결정문을 여과없이 송달하도록 했던 규칙을 바꿔 입양 부모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개정했다.

후견·감독 기능 안착 위해
'성년후견센터' 설립 추진

그는 "가사재판의 목적이 '심판'이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남겨진 사람들, 특히 미성년 자녀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원장은 올해 7월 법원의 후견·감독기능이 안착될 수 있도록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후견감독 사건이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재판부도 2개에서 3개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사법보좌관을 확충하고 전문법관의 역량을 집결시킨 중앙지원센터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성년후견제도는 지난 2013년 7월에서야 시행됐다.

1992년 제도를 도입한 독일이나 1999년에 도입한 일본에 비해 한참 뒤처진 셈이다. 성 원장은 "성년후견센터는 법원이 아닌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결과"라며 "법원이 재판과 같은 전통적인 사법의 영역 뿐 아니라 적극적인 법률 서비스의 공급자로서 국민을 섬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그는 당장 이달부터 친족후견인을 대상으로 후견사무를 지원하는 상담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선진 해외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오는 27일 '한-독 성년후견 전문가 대회'도 개최한다.

성 원장은 서울가정법원 구성원의 업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직원이 행복해야 찾아오는 시민도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직장생활이 행복해야 나를 찾아오는 민원인도 진심을 갖고 대할 수 있습니다. 법원장으로서 동료와 선후배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소통을 해야 그들이 어떤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저는 법원 동아리 활동도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가정법원은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격앙된 민원인이 직원을 상대로 폭언을 하는 등 물의를 빚는 일이 수두룩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가정법원 법관과 조사관을 위한 심리상담 제도(그루터기 프로그램)가 시행됐다. 성 원장은 이 제도를 일반 직원과 직원 가족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직원들이 단축근무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법관이 당사자에게 절차적
만족감 주면 재판신뢰"

"현재 가정법원 내 법관 한 분이 주 20시간의 단축근무 제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이미 마련된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제도가 보장돼도 서로 눈치 보느라 잘 활용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원에는 3주간 휴정기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휴정기간 끝나자마자 선고일정을 무리하게 잡으면 결국 휴일에 나와서 근무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됩니다. 이런 것이 바로 '눈치를 주는' 행동입니다. 임기 동안 이런 부분을 면밀하게 관찰해 하나하나 고쳐나갈 계획입니다."

성 원장은 법원전산망인 코트넷(Court-net)에서 익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통의 창'을 서울가정법원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법관들의 말 못할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법관고충처리위원회도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 판사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법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성입니다. 판사라면 재판이 길어질 것을 염려하지 말고 당사자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마음껏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재판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도 되어 보고, 검사와 변호사의 입장도 되어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재판 진행과정이나 결론 도출에 있어 공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순규 기자 soon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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