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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이사람] 정년퇴임까지 '사법 최일선'에… 김정삼 판사
출처 법률신문      등록일 2017.02.27

"소시민 생활법정… 평화 이루는 게 중요"


14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시·군법원 판사로 전관해 16년간 서민 사건을 보살피다 정년퇴임을 맞은 원로법관이 있어 법조계 안팎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회의 평화를 이뤄내는 것도 재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하는 김정삼(65·사법연수원 16기) 판사다.

"법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지고 '내가 당사자라면 어떻게 대접받고 싶은지, 어떻게 처리되길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도 늘 그렇게 하고자 애썼는데, 제대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했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내달 3일 정년퇴임하는 김 판사는 "법관에게는 '기다리고 들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군법원은 가장 작은 규모의 법원으로 '사법의 최일선'이라고 불린다. 시민과 가장 가까이서 만나고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판 모습도 여느 대도시 소재 법원들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시·군법원은 일반 소시민의 생활법정입니다. 오시는 분들이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절차를 상세하게 알려드리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증거를 몰라서 못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오늘 몇시까지 증거를 가져오시면 기다렸다가 판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사정을 봐주기도 합니다."

김 판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1000원 사건'을 꼽았다. "청구금액이 1000원인 사건이었습니다. 돈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거죠. 시·군법원에는 경제적 청구보다는 자신의 '명예감정'에 관련된 사건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사건일수록 화해를 위해 여러번 기일을 잡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김 판사는 재판의 목적은 '정의 실현'이기도 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했다. 당사자들이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서로 화해하거나 마음에 맺혔던 것을 풀고 과거에서 미래로 나가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는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재판과정을 통해 '치유'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김 판사는 "물론 이것은 판사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일선 판사들에게 너무 많은 업무가 몰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재판을 하며 가장 신경썼던 점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당사자에게 조롱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판에서 진 사람만 법원을 불신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당사자가 거짓말로 재판에서 이기게 되면 이긴 사람도 '법원이 내말에 속아 넘어갔네'라고 생각하며 평생 법원을 믿지 않게 되죠. 진실과 다른 판결로 사법부가 신뢰를 잃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늘 신경쓰고 고민했습니다."

정년퇴임을 맞는 소회를 묻자 김 판사는 사람 좋게 웃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힘들었습니다(웃음). 다른 직종과 달리 판사는 끝나는 날까지 재판하고 결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많았습니다. 당분간은 코가 삐뚤어지게 자고 또 쉬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무 판단 없이 쉰 다음, 힘이 솟으면 제가 그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나누며 살 생각입니다. 자연스레 저에게 주어지는 일을 하며 사회에 득이 되게 살고 싶습니다."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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